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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어떻게 이렇게 억지로 결혼을 시키려 하느냐며 분노했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1. 남친이랑 결혼해서 안될 이유도 없고
(나는 어리다! 는 내 의견을 제외하고는)
2. 남친이 조만간 더 넓은 아파트를 구해서 자취할 예정이라고 했고
(어쩌면 남자 친구도 나와의 결혼을 염두에 둔 게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
3. 올해 결혼하면 지원금까지 받을 수 있네??
올해 결혼해서는 안될 이유가 없더라.
그래서 바로 콜을 외치고는 남친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빠! 나 궁금한게 있는데 ㅎㅎ
- "응 뭔데?"
"오빠는 나랑 결혼할 생각 있어?"
- "응 당연히 있지~!"
" 그럼 언제 결혼할 생각인데??"
- "쿼카가 아직 하고 싶은 것도 많아보이구~ 생각 없어보여서 쿼카가 준비될 때까지 기다리려고 했지!"
"아 그럼 나 기다리는거야? ㅎㅎ 언제까지 기다리려고 했는데?"
- "음... 35살까지는 기다릴 수 있어!"
나랑 결혼할 생각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겠다,
나한테 얼마든지 맞춘다고 했으니 모든 문제는 해결이 된 셈이었다.
나는 다음날 데이트는 우리집에서 하자며 약속을 잡았다.
남친과 나는 엄마한테 인사를 하고 나서 아래층의 내 방으로 들어왔다.
나는 남친이 자리에 앉자마자 얘기를 꺼냈다.
"오빠 나랑 올해 11월에 결혼하자!"
- "...? 응??"
"아 아니다 그때는 너무 추울 것 같애. 역시 10월이 좋겠어 그치??"
- ".....어???"
"오빠 나랑 결혼하자!!"
나는 전날 했던 통화내용이 있으니 당연히 오케이를 할 거라고 생각했다.
거절은 전혀 염두에 두고 있지 않았고, 만약 고민할 게 있다면 결혼식 시기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다행히도 남편은 나의 추진력(?)에 놀란 건지 별말 없이 결혼에 수긍해 줬고,
우리는 이 요상한 프로포즈를 통해 결혼 준비를 시작하게 됐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때 꽃이라도 준비했었더라면 남편이 얼마나 놀랐을까 싶어서 아쉽다.
결혼을 하겠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서 정석적인 프로포즈에 필요한 소품을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했다니...
만약 다시 이때로 돌아간다면 예쁜 꽃다발이라도 하나 준비해 둘 거다.
나는 원래도 무언가 정해지면 밀고 나가야 하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바로 서로의 재산내역, 부모님 지원이 어느 정도 될지 등등 현실적인 부분을 공유했다.
남친도 이 부분이 아주 잘 맞아서 바로 부모님과의 약속을 그 주의 주말에 잡아왔고,
나도 속전속결로 웨딩홀 리스트, 웨딩플래너 예약 등등을 해치워나갔다.
이때 나는 다시 한번 남자친구와의 결혼에 확신을 가졌던 것 같다.
결혼은 팀플이라는데, 우리는 공통의 목표를 위한 추진력과 실행력이 서로 너무나도 잘 맞았다.
이 단계에서부터 합이 잘 안 맞았으면 정말 많이 싸웠을 것 같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
남편은 내가 전화로 결혼의사를 확인하기 위해 했던 질문들이
의례 사귀는 사이에서 물어보는 형식적인(?) 질문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사랑을 확인하기 위한 시험이라고 생각했다고...
"오빠 나 사랑해 안사랑해? 나랑 결혼할 거야 안 할 거야??"
ㅋㅋㅋㅋㅋㅋ
나는 무척 진심으로 물어본 거였고, 통화로 물어보면서 사실 꽤나 긴장하고 있었다.
나랑 결혼생각 별로 없으면 어떡하지? 하고...
35살까지도 기다릴 마음이 있다길래 다음날 자신 있게 결혼하자고 질렀던 건데, 그게 아니었다니...
남편이 만약 대답을 망설였다면 어땠을지 생각해 봤는데
전 날에 남편이 했던 대답을 철석같이 믿고 있었기 때문에 배신감을 느꼈을 것 같다. ㅋㅋㅋ
그런데 남편 얘기로는
가방을 우리 엄마한테 인사하면서 거실에 두고 내려왔는데
"어... 좀 생각할 시간을 줘..." 라고 대답할 분위기가 전혀 아니었다고 한다.
분명 다시 집을 나갈 때 엄마가 어떻게 됐어~?하고 물어볼 텐데
제가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서요...라고 대답하면 너무 이상하지 않냐고 ㅋㅋㅋㅋ
하긴 생각해 보니 당시에도
남편이랑 신나서 결혼계획 세우고 남편이 집을 갈 적에 엄마와 나의 대화가
"어~ 어떻게 됐어~?"
- "응 우리 결혼하기로 했어!"
이런 식이었던 것 같다.
남편이 도망갈 구석을 안 줬던 듯??
근데 지금 생각해 보면
남편도 그냥 내버려 뒀으면 결혼생각을 그렇게 안 하지 않았을까 싶고
질질 끌지 않고 후다닥 추진해 버리는 게 결과적으로 좋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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